이주만에 다시 찾은 덕유산...
하늘이 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새벽부터 달려갔지만,
이 동네 인근에 들어서자 눈발이 날린다.
오늘도 덕유의 푸른 하늘을 만나기 힘들 것 같다라는
실망을 안은 채,
돌아설 수 없어서 올라간다.
곤돌라에서 내려 설천봉에 몸을 맡기는 순간 눈 앞이 아련해진다.
눈을 동반한 세찬 바람과 영하 16의 날씨...
향적봉의 상황이 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오늘은 푸른하늘도 하늘이지만,
방심하면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두려움도 엄습하는...
바람을 뚫고 향적봉으로 오르는 첫계단을 밟는 순간
펼쳐진 설경은 환상 그 자체였다.
하늘이 열리지 않아도 이런 황홀경을 경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되살아난다.
자연이란 항상 인간의 예측과 예상을 벗어나는 새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 느낌은 머리를 통해서 보다는 온 몸의 감각을 통해서 느껴지는 것이겠지.
향적봉으로 발을 올릴 때 마다 하얀 구름을 몰고 오는 칼바람이 얼굴을 떼어간다.
몸의 거의 모든 부분을 가렸지만,
끝마디마다 시려오고, 순간순간 얼어붙어 마비되는 느낌이다.
이런 상태로 산행을, 설경을 담을 수는 있을지...
카메라의 배터리도 순간순간 오락가락한다.
충전량 75%에서 다음 순간에 보면 0%...
겨울 덕유의 기온이 몸뿐만이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서도 보인다...ㅠ
향적봉을 지나 매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몸을 녹인다.
그리고 다시 중봉을 향한 발거음...
그 중간에 있는 포인트중의 한 곳인 송신탑 근처에서 이런 저런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말 그대로 하늘이 열린다.
덕유만의 하늘색과 그 앞에 펼쳐진 장관은 사진으로 표현하기 힘들고,
말로는 더더우기 형용할 수 없다.
이 순간때문에 오늘 이곳을 다시 찾은 것이다.
그 후로도 변덕쟁이 덕유는 간간이 아주 짧은 시간(불과 10초정도)동안 하늘을 열어주었다.
그 순간을 기달리며 셔터를 누른다.
살아 있다는 것이, 자연이, 아름다운 순간이다.
Mountain Refl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