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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hoto Story

시간의 흔적



느 신문기자가 지구멸망후의 풍경이라고 지칭한 


서대문 금영아파트지역으로 촬영회를 나섰다. 이리저리 잠시 헤메기도 했지만,


금영아파트는 멀리서도 구별될만큼 눈에 띠는 모습이었다.


금영아파트로 향하는 길의 어느 집 벽에 그려진 그림이다.


이런 그림이 속칭 '달동네'라는 좀 불편한 느낌을 희석시켜 줄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믿음때문인지 개발이 안된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하나의 그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겠지만,

현지 주민들의 갈등과 고통을 미화시키는 수단은 아닐지,

그래서 나같은 어중이 허접진사들의 눈요기꺼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닐지???





금영아파트로 이어진 골몰길의 모습이다. 


이런 골목길을 보면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 무렵만해도 서울 시내 어느 곳이나 이런 골목길이 있었다.


골목길 끝에서 어느 폐병장이 아저씨의 바튼 기침소리가 들리고,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에 놀란 강쥐는 소리쳐 짖어댓고,


우리의 그림자는 땅거미가 짙어질때까지 춤을 추었다.







어느 골목을 접고 돌자 금영아파트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옆에 새로 건축한 새 아파트들과 한눈에도 뚜렷히 구별된다.





아파트의 왼편을 끼고 돌자


금영 아파트는 새로 지은 아파트들과 벼랑의 나뉘어져있다.


저 아파트의 실내에는 김치냉장고가 있지만,


이곳 주민에게 그늘진 땅이 그 역할을 한다.


어린시절에 늦가을 김장이 끝나면 


집의 마당에 김치독을 묻기위해 구덩이 파서,


한겨울 고구마를 삶으면 김치독에서 잘 익은 


김치를 꺼내와 먹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기억의 깊이 만큼,


벼랑의 높이 만큼


나뉘어진 현실...





벼랑가의 아이들 모습...


이 아이들에게 이 벼랑끝 텃밭이 유치원이자 놀이방이다.


언니의 뒤를 쫒아가면서


"위험해, 위험해..."라고 소리치던


작은 아이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때로 사진은 잔인한 작업이다라는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겠했던...


사진의 윤리성과 도덕성, 그리고 예술성이라는 거창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도 


해줄 수도 없다는


개인적인 무력감과 절망감이


더욱 잔혹하다.







텃밭에서 본 풍경...


앞쪽에 안산과 인왕산을 전경으로 삼각산이 배경 역할을 하는


아주 전망이 좋은 곳이다.


기자의 글을 읽은 기억으로 김현욱 전 서울 시장이 청화대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지은 아파트라고 했는데,


주변이 모두 내려다 보이는 위치는 정말 맘에 들었다.







아파트의 계단을 형성하는 틀들이 일정한 형태가 없이 제멋대로이다.


옆의 나뭇가지 보다 더...


당시의 건축기술도 문제지만,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민들의 안전보다는 빨리 지어야한다는


권력형 강박증이 보인다.







 옥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주민들이 이해해주다면 야경촬영을 해도 좋을 듯 하던...







꺽여진 안테나처럼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푸른집과의 소통은 단절된 것인지...


그들을 위해 지어진 곳이고,


과거 그들의 업적중의 하나로 회자되던 곳인데,


이제 이곳은 70년대의 흔적을 그대로 가진한 


시간의 화석처럼 소외된 채로


그렇게 잊혀지고 굳어가는 것일지???








지나친 감정이입일 수도 있지만,


이곳의 주민들이 바라보는 서울이라는 곳이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


한때는 서울에서 나름 행세한다는 사람들이 살았을 이곳이


시간의 흐름과 변화 앞에서 


무기력하게 방치된 채 유기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어차피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들은 시간이 지나면


이런 황폐한 모습이 되겠지...


금영과 새로운 아파트들의 과거와 현재는 


서로 다른 모습이 아니라 같은 모습이었다.


단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30년뒤에 저렇게 많은 아파트들로 사진을 찍으로 가기 힘들겠단...


응?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이다라는 말이 있다.


예전 학부 다닐때부터 자주 사용하던 표현인데, 이 순간에 그말이 떠올랐다.


거칠고 힘든 현실 속에서 서로에게 힘이되고 힘을 줄 수 있는 삶을 향한 의지...


굽은 등, 거친 손, 마디마디 옹이가 가득찬 할머니의 작은 손,


그 손바닥 보다 더 작은 텃밭...


그 텃밭 안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대지에 대한 믿음이 봄이 되면 피어나겠지...


이곳은 기자의 표현처럼 지구멸망후의 풍경이 아니라


우리 의식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원초적인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는 곳은 아니었을까???


지나친 정보의 범람과 급속한 변화와 개발이 발전이고 진보라고 착각하고 있는 


우리에게 환상에서 벗어나  그 끝을 볼 수 있게 하고


잠시 잊혀진 옛 기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게 하는 생성의 공간은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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