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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hoto Story

옛 스승을 떠올리며...






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 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적막강산] (1963)


"대학교 2학년 때 국문과 수업 '시창창작론'을 이형기선생님 밑에서 배웠다.

그 당시는 전두환체제였기에 시국이 어수선해서 학교에서도 데모가 일주일에 2-3차례는 열리곤 했었다.

교정에는 시위를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백골단과 전경들이 밀고 들어와 강의실이나 도서실 등에

무차별적으로 최류탄을 던지던 시절이었다. 상황이 이정도이니 휴강되는 일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형기선생님은 계속 강의를 하셨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일은 그분의 박학다식함도 있지만,

칠판에 그날의 수업의 주제와 연결되는 시를 적어 놓고 이런 감정도 안 생기면 이 수업 포기하라는 말씀이다.

그 당시에 좋지 않은 건강에도 불구하고, 

후학에 대한 열정과 시에 대한 일념으로 일생을 살다 가신 

이형기선생님의 목소리가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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